서울 명동의 세븐일레븐 중국대사관점에서 소비자가  증강현실기술을 이용해 걸그룹 걸스데이의 멤버 혜리와 사진을 찍고 있다. 세븐일레븐 제공
서울 명동의 세븐일레븐 중국대사관점에서 소비자가 증강현실기술을 이용해 걸그룹 걸스데이의 멤버 혜리와 사진을 찍고 있다. 세븐일레븐 제공
편의점 진열대 위에 부착된 선반에서 광고가 흘러나왔다. 즐겨 마시는 요구르트에 대해 1+1행사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선반에 휴대폰을 갖다 대자 쿠폰을 자동으로 내려받을 수 있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 저장된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별로 선호하는 제품을 추천해주는 것이다.

세븐일레븐은 24일 SK텔레콤과 제휴해 서울 명동의 중국대사관점을 국내 최초의 ‘스마트 편의점’으로 개점한다. 1층엔 기존 형태의 편의점이 있고 2층엔 휴게공간인 도시락카페와 숍인숍 방식의 어묵전문점 ‘고래사어묵’이 입점해 있다. 2층은 132㎡ 규모의 카페로 꾸몄다. 이곳에 설치된 탁자는 컴퓨터와 같은 기능을 갖춘 스마트 테이블이다. 테이블에서는 인터넷 검색과 게임 등을 할 수 있고 근접무선통신(NFC) 기능으로 휴대폰에 저장된 동영상이나 사진을 볼 수도 있다.

테이블 중 하나는 증강현실기술이 적용된 대형 TV와 연결돼 있다. 증강현실은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상품·건물 등에 다양한 부가 정보를 덧씌운 것이다. 테이블에 앉으면 TV 화면에 나타난 걸그룹 멤버 혜리와 함께 춤을 추거나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찍은 사진은 휴대폰으로 전송도 할 수 있다. 구인회 세븐일레븐 마케팅팀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편의점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된 미래형 점포”라고 설명했다.

한쪽 벽면엔 풀HD스크린 10대를 연결해 만든 ‘미디어 윈도’를 설치했다. 사람이 다가서면 자동으로 인식해 메뉴가 활성화된다. 비오는 시골 풍경, 눈오는 마을 풍경, 도시 야경, 해변 등의 화면을 선택해 볼 수 있다. 구 팀장은 “도심에서 사람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며 힐링할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은 명동을 시작으로 서울 강남, 대구, 전주, 부산 등 전국 주요 도시에 스마트 편의점을 내고 서비스 수준도 높일 계획이다. 정승인 세븐일레븐 대표는 “강원 속초에는 롯데백화점은 없지만 세븐일레븐은 있다”며 “증강현실시스템을 이용해 옷을 입어보고 백화점에 주문하면 편의점에서 제품을 받아 보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이 스마트 편의점을 미래형 점포로 선택한 것은 단순히 상품만 팔아서는 소비자를 유인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국내 편의점 점포 수는 2만7000여개로 인구 1900명당 한 개꼴이다. 일본, 미국과 비교해도 많아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정 대표는 “똑같은 물건만 팔아선 고객을 모을 수 없다”며 “물건이 아니라 ‘재미를 파는 곳’으로서 스마트 편의점의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